2025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리뷰 – 럭셔리 SUV의 새로운 기준

Land Rover Range Rover
Land Rover Range Rover

서론: 상징과 안락, 그리고 ‘브랜드 경험’의 총합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단순히 “비싼 SUV”를 넘어, 럭셔리·세련·모험이라는 키워드가 한 차에 공존하는 독보적 상징입니다. 1970년대 1세대 등장 이후, 레인지로버는 사막·설원·정글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의 주행 능력을 담보하면서도 쇼퍼드리븐(오너가 뒷좌석에 탑승)까지 커버하는 희귀한 포지션을 구축해 왔죠. 최신 세대는 정제된 미니멀리즘 디자인과 전자 제어 섀시, 능동형 소음 저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등 현대적 기술로 ‘타고 내릴 때의 품위’만큼 ‘타고 있는 동안의 평온’을 설계했습니다. 저는 공항 픽업과 도심-외곽 장거리 코스를 번갈아 체험해 봤는데, 요철 구간에서의 무심한 차체 응답과 고속에서의 침묵이 “이 차가 왜 별도의 카테고리로 취급되는지”를 바로 납득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능과 기술, 유지비, 경쟁차 비교, 실사용 포인트까지 “구매 결정을 돕는 실질적인 정보”에 초점을 맞춰 정리합니다.

주요 제원·성능: i6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V8, 두 개의 성격

국내외 시장에서 주로 접하는 구성이 바로 3.0리터 직렬 6기통 마일드 하이브리드(P400)와 4.4리터 V8 트윈터보(P530)입니다. P400은 약 395마력 내외의 최고출력과 매끄러운 직렬 6기통의 회전 질감이 강점입니다. 초반부터 토크가 두텁게 깔려 도심에서의 순간 가감속이 부드럽고, 고속도로 추월도 무리 없이 해냅니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출발·저속에서 가속 페달을 얹었을 때의 ‘틈’을 줄여 주며, 오프로드 모드에서도 제어의 정교함을 더합니다. P530은 약 500마력대의 출력으로 대형 SUV임에도 스포츠 세단에 가까운 가속 응답을 보여주는 타입입니다. 가속 페달을 절반만 밟아도 차체를 가뿐히 밀어내는 여력, 고속 영역에서의 여유가 레인지로버의 플래그십 캐릭터를 더욱 또렷하게 만듭니다.

연비는 체급과 출력 특성상 ‘수치 경쟁’의 대상이 되긴 어렵습니다. P400 기준 복합 실사용 효율은 대략 7.5~9.5km/L, P530은 5.5~7.0km/L 구간에서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주행 환경·타이어·적재량·기온에 따라 편차). 다만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주행 질감의 일관성입니다. 레인지로버는 공차중량이 상당함에도 가속·제동·롤 제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고저차·잔 진동·횡풍을 무심하게 상쇄합니다. ‘빠른가?’보다 ‘평온한가?’를 묻는다면, 이 차는 항상 “그렇다”라고 답합니다.

디자인·실내: 미니멀로 완성한 압도적 존재감

외관은 직선과 면의 질서를 최대한 정돈한 ‘조용한 자신감’에 가깝습니다. 불필요한 캐릭터 라인을 줄이고, 플러시(플러시 핸들·플러시 글레이징) 처리로 눈에 보이는 요철을 최소화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큰 덩치에도 억지로 과시하지 않는 우아함이 있고, 가까이에서 보면 디테일·간격·마감의 균질함이 ‘가격표의 설득력’을 만듭니다.

실내는 가죽·우드·메탈의 물성 조합이 절제되어 있습니다. 시트는 장시간 착좌를 전제로 등·허벅지 지지대를 정교하게 다듬었고, 등받이 두께와 쿠션 경도를 달리해 1열과 2열 모두에서 피로 누적을 최소화합니다. 능동형 노이즈 캔슬링(NVH 설계와 더불어 헤드레스트 스피커를 활용하는 타입)은 고속순항에서 대화 음량을 낮출 수 있게 해줍니다. 최신 인포테인먼트는 와이드 패널에 심플한 계층 구조로 메뉴를 배치해 시선 분산을 줄였고, 무선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OTA 업데이트·음성 제어까지 기본기를 잘 챙겼습니다. 쇼퍼드리븐 용도의 롱 휠베이스(해외형)에서는 레그룸·리클라이닝·풋레스트 구성으로 ‘움직이는 라운지’를 구현합니다.

첨단 주행 보조·오프로드 기술: 두 세계를 한 차로

레인지로버의 진짜 매력은 “도심·장거리 크루징”과 “본격 오프로드”를 하나의 UX로 엮어냈다는 점입니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중앙 유지, 차선 변경 보조, 교차로 충돌 경감 같은 ADAS가 운전 피로를 덜어줍니다. 주차·골목길에서는 3D 서라운드 카메라, 클리어사이트 그라운드 뷰(앞쪽 하부를 투시하듯 보여주는 기능)가 차체 크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여줍니다.

오프로드에서는 전통의 테레인 리스폰스가 路面(잔자갈·진흙·모래·눈 등)에 맞춰 스로틀·변속·디퍼런셜·댐핑을 세트로 조율합니다.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은 지상고를 올려 접근각·이탈각·도하 성능을 향상시키고, 필요 시 로우 레인지(저단)와 전자식 리어 디퍼런셜 락으로 험지를 통과합니다. 흙탕물 도강 후에도 제동·구동계의 회복 로직이 자연스러워 초보자도 큰 스트레스 없이 다양한 지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즉, ‘운전이 편한 럭셔리’와 ‘어디든 가는 오프로더’를 동시에 탑재한 셈이죠.

유지비 계산: 연료비·보험·세금 ‘현실 체크’

럭셔리 SUV의 비용 구조는 차량가 외에도 매년 반복되는 고정비가 핵심입니다. 아래 계산은 가솔린 P400 기준, 연 15,000km 주행·휘발유 1,700원/L 가정으로 보수적으로 잡았습니다.

① 연료비 – 실사용 효율 8.5km/L 가정 → 연간 소모 연료 약 1,765L(= 15,000 ÷ 8.5). 비용은 약 299만 원(= 1,765 × 1,700원). P530(가정 6.5km/L)이면 약 3,923L → 667만 원 수준까지 상승.
② 자동차세 – 배기량 기준 추정. 3.0L는 대략 연 70~80만 원, 4.4L는 100만 원대 중반까지 감안(지자체·감면 여부로 차이).
③ 보험료 – 30·40대 무사고 기준 수입 대형 SUV 특약 포함 시 연 150~220만 원 구간 형성(운전 경력·차량가·자차 비율에 따라 편차 큼).
④ 소모품·정비 – 타이어(21~23인치), 브레이크 패드·디스크, 오일류 등으로 연 60~120만 원 내외(주행 패턴에 좌우).

합산하면 P400 기준 연간 580~720만 원, P530은 연료비 증가로 800만 원 이상까지도 예상됩니다. 구매 전 예산 책정과 리스/보증 연장 옵션 검토가 필수입니다.

실사용 관점: 압도적 정숙·여유, 그리고 사이즈 스트레스

장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정숙. 저속 크리핑부터 100km/h 이상의 크루징까지 바람·노면·파워트레인 소음이 레벨 자체가 다릅니다. 둘째, 여유. 가속·제동·선회 모두가 무례하지 않고, ‘큰 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세팅 덕분에 2~3시간 연속 주행도 부담이 적습니다. 셋째, 의전·가족 모두 소화. 2열 거주성·승하차 편의·트렁크 적재 여유가 쇼퍼드리븐과 패밀리 라운지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단점도 냉정히 보겠습니다. 첫째, 차체 사이즈. 지하주차장 램프·좁은 주차 칸은 초보자에겐 스트레스일 수 있습니다(카메라·주차 보조로 완화되지만 물리적 제약은 남음). 둘째, 옵션 가격·보험·타이어 등 런닝 비용이 꾸준히 부담됩니다. 셋째, 실연비는 ‘체급 대비 양호’일 뿐 절대 수치로는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단점들은 해당 세그먼트에서 ‘대신 얻는 것’들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상대적 약점에 그칩니다.

경쟁 모델과 비교

레인지로버의 구매 대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3종을 간단히 수치로 정리했습니다(대표 파워트레인 가정, 시장·사양에 따라 변동 가능).

모델 출력(대략) 복합 실사용 연비(가정) 핵심 강점 가격대(한화, 대략)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P400/P530 ~395 / ~500+ hp 8.5 / 6.5 km/L 정숙·승차감·오프로드·의전 겸용 약 1.8억~3억+
메르세데스-벤츠 GLS 450/580 ~367 / ~483 hp 8~7 km/L 3열 거주성·브랜드 네트워크 약 1.6억~2.5억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420 hp(V8) 6~5.5 km/L 압도적 3열·적재·존재감 약 1.6억~2.4억
메르세데스 G-클래스(G 63는 고성능) ~422 / ~577 hp 6~5.5 km/L 상징성·오프로더 아이콘 약 2.7억~4억+

※ 표의 수치·가격대는 트림·옵션·지역·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비교의 편의를 위한 ‘범위’로 이해해 주세요.

구매 가이드: 어떤 소비자에게 맞을까?

① 패밀리&쇼퍼드리븐 – 2열 거주성·정숙·승차감이 최우선이면 레인지로버는 ‘끝판왕’ 후보입니다. 공항 픽업, 미팅 이동, 주말 가족 여행을 모두 하나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② 오버랜딩·레저 – 비포장·설경·해안 모래사장 등 다양한 지형을 ‘스트레스 적게’ 접근하고 싶다면 테레인 리스폰스·에어 서스펜션의 가치가 큽니다.
③ 일상 도심 위주 – 사이즈·주차 난이도·연비를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주차 보조·카메라가 훌륭하지만, 생활 반경의 주차장 규격을 꼭 확인하세요.
④ 비용 민감도 – 연 600~800만 원대의 총 유지비를 수용할 수 있는지, 보증·정비 패키지·리스 조건을 조합해 ‘현금흐름’을 평준화할 방법을 미리 설계하세요.

결론: ‘평온한 이동’이라는 궁극의 럭셔리

레인지로버가 주는 가치는 결국 “평온함”입니다. 조용하고 흔들림 없는 이동, 필요할 때는 어디든 가는 주행 능력, 타고 내릴 때의 체면까지. 빠르거나 화려하기만 한 SUV는 많지만, ‘큰 차의 존재감’과 ‘고급 세단급 안락’을 동시에 성취한 차는 많지 않습니다. 물론 차량 가격·주차 편의·연비·유지비라는 현실의 문턱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운송 수단을 생활의 한 장면으로 승화”시키는 경험을 원하는 분이라면, 레인지로버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마지막 팁입니다. 시승 시에는 ① 저속 요철·러프 노면, ② 90~120km/h 크루징 정숙, ③ 주차 램프·협소 구간의 카메라 보조, ④ 테레인 리스폰스의 모드 전환 자연스러움을 꼭 확인해 보세요. 이 네 가지가 “카탈로그 바깥의 가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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